6월의 왜요레터 📬 : 사경n년차, 우리가 말하는 사회적경제

“달달😝의 여는말”

<aside> 💡 개인의 경험들이 조각조각 모여 조직 안의 문제를 들여다볼 수 있는 시간이었다. 종종 조직적 문제를 개인의 문제로 치부해버리는 실수를 한다. 모임 중 "이제 내 탓은 그만하고 문제를 바로 봅시다!"라고 말한 게 머릿속에 계속 남는다. 내 문제인가? 내가 뭘 잘못했지?라고 하는 생각에서 서로의 경험이 모여 구조적 문제가 있음을 발견하고 각자의 위치에서 변화를 위해 무엇이 필요한지 고민할 수 있었다. 왜요레터를 통해 경험을 나눈 한 분, 한 분이 서로가 있는 곳에서 변화를 가져올 목소리에 힘을 보탤 수 있는 동료가 될 수 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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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1. 사회적경제 영역에서 여성이라서 부당하다고 생각했던 일들이 있나요?

⁉️다과, 뒷정리는 늘 여성들의 몫

😘 튼튼 : 일하던 곳은 주민들을 만날 일이 많았다. 그래서 주된 업무로 다과를 준비했다. 실무자들은 각자의 사업을 맡고 있었고, 연차가 높아도 서로 존대하면서 존중하는 문화를 만들어 가고 있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어느 순간 정신 차려보니 모든 다과 준비와 진행 후 설거지가 나에게 몰려있었다. 처음에는 막내니까 협력해서 일을 하는 거라고 생각했지만, 점점 당연해졌다. 어느 날 중년 남성 실무자 둘이 함께 맡은 사업 모임 이후 발생한 설거지를 쌓아놓고 건드리지 않길래, 부당하다는 생각이 들어서 정리하지 않았다. 그들은 내가 당연히 할 줄 알았는데 하지 않았다고 화가 났다. 그 이후로 관계가 애매해진 기억이 있다. 화가나서, 나에게 의도적으로 말을 걸지 않아 업무에 차질을 빚기까지 했다. 사실 모임에서 누군가가 올 때 정성스럽게 준비하는 걸 좋아했지만, 내가 마음과 정성을 들여 했던 일들이 나중에는 성 역할 분담으로 전가되는 것을 알아차렸을 때 부당하다고 느꼈다.

🤩 별별 : 우리 조직도 사무실을 관리한다거나, 다과를 구비한다거나 하는 일들은 여성들에게 맡겨져 있다. 같은 행사를 준비해도 간식 사는 것은 여성이 하라고 하고, 뒤처리도 당연하게 여성들에게 맡긴다. 남성들이 너무 자연스럽게 하지 않으니, 사사건건 같이 하자고 이야기하기가 어렵다. 기존에 실무자들에게 이야기하면, ‘원래 남자 직원들 이런 거 안 한다’ 이런 이야기를 듣는데, 알 수 없는 불편함이 존재한다.

🤔 지니 : 회의를 한 번 준비하면, 여성 실무자들이 다과부터 시작해서 굉장히 많은 준비를 한다. 그리고 회의를 마치면 그걸 정리하는 몫도 여성들에게 있는데, 남성들은 너무 자연스럽게 회식을 하러 가고 여성들만 남겨진다. ‘너네는 그런 거(뒤풀이) 싫어하지?’라며 위하는 척하면서, 뒷정리는 다 떠맡기고 자기네들끼리 네트워크를 공고히 하는 것, 그런 문화들이 문제라고 생각한다.

😛 피치 : 다과 준비, 설거지, 냉장고 청소 등등.. 자꾸 그런 걸 나에게만 시킬 때 화가 났다. 내가 이 일을 할 시간에 다른 걸 한다면 더 성장할 수 있을 텐데, 왜 굳이 나 혼자 이걸 하고 있지 하는 생각이 계속 들었다. 더 싫은 건 따로 청소해 주시는 아주머니가 계신데, 너무 어지럽히길래 아주머니가 조금만 일상적으로 치워달라고 부탁하시는 상황에서 ‘돈 내고 사람 쓰는 건데’라고 이야기하더라. 그 말을 듣고 처음으로 사회적기업이 도대체 뭘까 하는 생각을 했다. 사회적기업에 온 사람들은 어느 정도 마인드가 갖춰져 있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또 이 자본주의, 돈만 있으면 된다는 사람들의 속마음, 다른 자아로 뭔가 보여주기 식으로 사회적기업에서 근무하는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을 했다.

⁉️고정된 성 역할, 여성을 도구화하는 조직

😛 피치 : 투자 받는 사회적기업에서 일할 때, 의사결정은 주로 남성들이 하고 직원들의 감정 관리는 여성들이 했다. 정서적 교감을 해야 하는 일은 여성들이 잘하니 너네는 그거를 해라, 하면서 고정된 역할이 자리 잡았다. 남성과 여성의 일을 분명하게 나눠 두고 있다. 🤔 지니 : 연차가 별로 차이 나지 않는 남성 실무자들이 ‘확실히 회의할 때에는 분위기를 풀기 위해 여자가 있어야 한다.’는 이야기를 한 적이 있다. 너무 쉽게 여성을 도구화하고 여성에게 모든 감정 노동을 다 전가하는 듯한 이야기가 너무 불쾌하고 화가 났다.

⁉️여성을 쉽게 대하는 문화

🤩 별별 : 남성 이사 중 한 명이 여성 실무자들을 ‘언니’라고 부른다. 일한 지 얼마 되지 않고 경험한 일이라 선배 실무자에게 기분 나쁘지 않으냐 물으니, 자기도 처음에 힘들었는데 워낙 원래 그러니까 그냥 넘어가게 되었다고 했다. 나는 이게 정말 문제가 있는 것 같아서 리더에게 말을 했는데, 전달을 해보겠다고 했지만 변화는 없었다. 내가 느꼈던 감정이나 부당함의 크기에 대해서 제대로 전달하지 못했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그런데 그 이사는 남성 실무자들에게는 직급을 꼭 붙여서 부른다. 여성은 직급이 있어도 직급을 불러주지 않는데, 이는 명백히 부당한 일이라고 생각한다. 리더들은 워낙 고착화된 언어 습관이기 때문에 변화가 쉽지 않을 거라고 이야기하지만, 꼭 변해야 하는 일이라고 생각하지 않고 개인의 습관 탓으로 돌리는 것, 개인의 성향이라고 그냥 넘어가는 것이 가장 큰 문제라고 생각한다.

🤨 지지 : 담당 지역에서 주민들을 만날 때, 나이 많은 어른들을 대하는 경우가 종종 있었다. 그들은 젊은 여성 실무자를 터치 한다거나, 어리숙하게 취급하는 경향이 있었는데, 남자 팀장이 하던 일을 제가 하게 되었다고 말하니까 ‘네가 뭘 알아’라고 하더라. 필요한 서류와 절차를 설명해도 ‘그 팀장 오라고 해’라는 반응을 하는데, 10년 전 창업한 남성들의 입김이 여전히 계속 있다고 느꼈다. 대표나 국장은 남성이고 여성 리더가 없다. 여성 팀장이 있긴 했지만 여러 의사결정의 최종 승인자는 남성인 구조다.

😋 카롱 : 여성들이 업무 과정에서 커뮤니케이션 등에 어려움을 모두 겪고 있다. 조직이 그걸 모를 리 없고, 이런 상황에 대해서 대응을 해야 하는데 하지 않는다. 내가 당하면 나는 놀라서 돌아오는 거고, 그거에 대한 조직의 평가는 ‘어린 여성이기 때문에 못하는 게 당연하다’는 식이다. 사실 그건 개인의 탓이 아니라 구조의 탓이다. 여성이 어려움을 겪는 환경에서도 일을 잘 할 수 있는 방법을 같이 고민해줘야 한다고 생각한다. 여성이 절반 이상인데 그런 문제를 논의하지 않는 것이 이상하다.

🤔 지니 : 한 회의에서 나이 많은 남성 실무자가 나를 소개하면서 젊은 여성이 들어와서 맛이 다르다는 표현을 썼다. 굉장히 불쾌했고, 다른 여성 실무자는 나이 많은 남성 실무자 환송회에서 ‘역시 oo 씨가 있으니까 꽃이 필요 없다.’하는 소리를 들었다고 했다. 여성들에게 쉽게 함부로 이야기하는 문화가 너무 많다.

😘 튼튼 : 사업 대상에게서 여성이라는 이유로 무시당했던 기억이 많다. 밤 11시에 셀카를 보낸 40대 후반의 미혼 남성들도 있었고, 조직의 정당한 결정에 굳이 결혼을 해보지 않아서 그렇다는 이야기를 하며 항의하는 것을 들은 적도 있다. 항의 전화 대부분은 남성 팀장이 다시 받게 되면 끝난다. 아무리 짜증 내고 화내다가도, 남성 팀장이 연락하면 바로 꼬리를 내린다. 그런 사람이 있을 때 팀장에게 전화를 넘기는 것이 암묵적 룰이었다. 편하기도 했지만 자존심이 너무 상했다.

😛 피치 : 한 조직은 여성으로 안 대하고 사람 대 사람으로 대할게 하는 마인드가 있어서, ‘그런 거 물어보면 안 되는데, 물어볼게 너 이해하지?’ 하면서 다 물어본다. 눈치 보는 척하면서 편하게 막 이야기하는 건 여성을 쉽게 생각하기 때문이다. 사회적경제 단어가 예쁘고 좋아 보이지만 이름에 숨어서 본인이 좋은 사람인 척하며 지내는 사람들이 많다. 성차별하면 안 되는 걸 알지만, 한 번 해볼게 하는 식으로 결국에는 성차별적 발언들을 서슴지 않고 한다.

⁉️남성들에게 관대한 조직

😘 튼튼 : 여성들이 굉장히 많은 조직에서도 일을 했었다. 그런데 조직에서 기조 발언을 하거나 비전이나 미션을 제시하는 역할, 외부 네트워킹은 다 남자들이 전담하더라. 그래서 남자들은 네트워킹의 범위가 늘어날 수밖에 없었다. 그런데 여성 리더들은 집에 가면 살림도 해야 하고, 육아도 해야 하니까 회사에서 에너지를 조금만 쓰고 집에 돌아가길 원하더라. 그래서 당장 눈앞에 있는 일을 치고 좀 장기적으로 본인 개발할 수 있는 일을 많이 못 하는 것 같았다. 그중에 자기 개발에 욕심이 있는 여성들은 몸이 안 좋아지면서까지 꾸역꾸역 했는데, 그렇게 못하는 분들이 대부분이다 보니 근속연수가 쌓여갈수록 격차가 벌어지더라. 점차 남성들은 핵심 이론이나 비전, 철학에 능통해지기 때문에 승진 대상이 될 때에도 크게 걸림이 없는데, 여성들은 존중을 받지 못하고 있다. 개인의 노력으로 뚫을 수도 있는 부분인데 안주하는 것도 있지만, 육아나 출산의 문제에서 에너지 분배가 필요하니까 저렇게 되는 사회 전반의 문제가 있기 때문에 육아를 하는 여성들이 일 가정 양립에 대해서는 경험할 기회가 없겠지만, 항상 그런 이론이나 철학에서 여성들이 밀리게 되는 건 문제라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