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함께한 사람들 : ☃️ 윈터 🫓 감자빵 🍻 카롱 🧞 지니 💪튼튼

<aside> 💡 사회적경제 영역에서 일을 하면서 내가 하는 일이 무엇인지 정확하게 모르겠을 때가 많다. 조직은 실무자가 일당백을 하기를 원하는데, 그걸 다 하려다 보면 체력적으로 소진되기도 하고, 내가 이 조직에서 어떤 목적을 가지고 있었는지를 잊을 때가 많다. 이것도 하고 저것도 하다 보면, 이도 안 되고 저도 안 되는 느낌이 든다. 우리는 여기서 잘 하고 있는 걸까? 이직을 한다고 해도 내 경력은 이거고, 나의 경험을 통해 쌓인 나의 전문성은 이거다 말하기가 참 어렵다. 사회적경제 영역에서 많은 실무자들이 겪고 있는 고민인 것 같다. 이번 담화를 통해  일을 하면서 가지는 고민을 나누고, 우리가 생각하는 전문성의 모습을 함께 나눌 수 있었다. -🧞 지니-

</aside>


Q1. 5년 차에서 10년 차까지 일을 하면서 나에게 쌓인 전문성은 이런 것이다 하고 느낀 것이 있는가?

☃️ 윈터 : 중간지원 조직에서 일을 해서 다른 사람들이 경험해 보지 못했던 민과 관을 연결하거나 대기업과 일반 기업을 연결하는 연결자 혹은 매개자로서의 역할이나 능력은 쌓였다고 생각한다. 또 워낙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다 보니 사람에 대해 이해하는 폭, 수용력 같은 것들이 늘어나지 않았나 하는 생각도 든다. 하지만 일에 대해 ‘전문성’이 쌓이고 있다는 느낌이 들지는 않는다.

🫓 감자빵 : 인턴을 마치고 신입 때부터 한 조직에서만 5년 정도 근속을 했는데, 1~2년 단위로 내가 맡은 사업이 바뀌었다. 사회적경제 분야에서 앞으로 내가 쌓아가야 할 전문성이 무엇일까 하는 고민도 컸다. 그래서 오늘 왜요레터 담화 모임에 참여하기 전에 직장인의 전문성이라는 키워드로 검색을 해봤더니, ‘업계, 직무에 대한 지식과 기술을 접목하여 응용하거나 새로운 산출물을 만들어내고 더 나아가 공유할 수 있는 능력’이라고 한다. 중간 지원 조직으로서 행정에 대한 업무, 사업을 수행하기 위한 이해관계자와의 커뮤니케이션, 관련 정보나 트렌드 리서치 등은 어느 정도 노하우가 생긴 것 같고 관련해서 도움을 청하는 후배들에게 나눠주기도 한다. 또 비영리 조직에서 일을 할 때 뭐가 중요한지 하는 것들을 감각적으로 알게 된 것 같다.

🍻 카롱 : 연차가 쌓일수록 내가 잘 해야 하는 것이 있다, 전문성이 있다 이런 이야기를 해야 하는데 무엇을 잡아서 이야기할지 어려운 측면이 있다.

💪튼튼 : 사회적경제 영역에서의 감각, 태도를 많이 배운 것 같다. 사회 현안을 잘 알고 있다가 새롭게 제안되는 의제를 파악하고, 그 의제의 함의를 파악해 사업으로 기획하고 발전시키는 것, 해당 당사자와 이해관계자가 누구인지 파악해서 문제를 해결하는 방향을 찾아내는 그런 감각들을 배운 것 같다. 그 외에도 사업 대상자들을 대하는 태도, 소통하는 단계와 방법 등에 대해서 알게 된 것 같다. 태도나 감각 부분, 어떤 일이든 빨리 파악하고 조율해서 의미 있는 일을 만들어 내고 수행할 수 있는 것들을 많이 쌓였지만 사실 자격증이 있거나 전공한 사람보다 잘 할 수는 없는 것 같다는 생각을 한다. 예를 들어 사회적 금융 분야에서 사회적 금융 사업을 담당하게 된다고 하더라도, 영리 기업에서 금융 담당하고 온 사람보다 더 잘하기는 어려운 것 같다. 그래서 전문성이라고 하면 부족하다는 느낌이 든다.

🧞 지니 : 우리 조직이 지향하는 가치를 다수의 사람들에게 잘 전달하기 위해 어떤 언어를 사용해야 하는지를 계속 고민해야 하는 것 같다. 또 협동조합에서는 조합원들이 참여하게 하는 방법에 대한 고민, 사람의 마음을 얻는 방법에 대한 고민을 많이 하게 된다. 그런 경험들이 곧 전문성이 된다고 생각한다. 어떤 의사결정 과정을 거쳐서, 어떤 당위성을 가지고 일을 진행해야 하는지를 정리하고 실행하는데 전문성을 가지게 된 것 같다는 생각을 하고 있다.

Q2. 전문성이라고 하는 것이 무엇인지 애매하다. 주변에서 흔히 이야기하는 것이 대학원인데, 진학을 고민한 적이 있는가?

💪튼튼 : 현재 석사 수료 상태다. 모두 다 그렇겠지만, 학부 때는 점수에 맞춰서 적성과 크게 다르지 않는 범위에서 전공을 선택했다. 한 4년 전에 전문성에 대한 고민이 계속 들었을 때, 특히 여성 리더십으로 살기 위해서는 학위가 없으면 이 영역에서 설 곳이 없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재직하는 중에 무리하게 특수대학원에 진학했다. 사회적경제나 NGO 종사자들은 공공정책대학원을 많이 가는데, 나는 사회학 전공을 했다. 내 전공 학문은 포지션이 애매하다. 나는 내가 앞으로 뭘 하고 싶어 할지 모르고, 무슨 일을 하게 될지 몰라서 사회학과를 선택했던 것 같다.

☃️ 윈터 :  나는 대학원을 다니고 있고, 사회적경제 분야에서 지금 일하고 있지만 원래 환경 분야를 전공했다. 사회생활의 첫 시작도 환경 분야에서 하다가 사회적경제로 넘어왔는데, 계속할 수 있을까 하는 고민이 되더라. 그래서 환경 분야 쪽 공부를 더 하고 싶다고 생각해서 대학원을 다니고 있다. 주변에 동료들도 많이들 대학원에 진학하고 있다. 전문성에 대한 고민이 대학원 진학으로 이어지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 감자빵 :  대학원 생각을 하기는 했는데, 엄청 뾰족하게 내가 관심 있는 분야는 아직 잘 모르겠다. 대학원을 진학하는 기회비용 같은 것들도 생각을 해야 하고, 쉽게 결정하기 어렵다. 원래 조직에 석사가 거의 없었는데, 최근에 입사하는 사람들 중에는 석사학위를 가지고 있는 사람들이 많다. 각자 본인이 더 관심 있는 사회 문제 영역이 있어서 그쪽 공부를 많이 해서 입사하는 것 같다. 그런데 그게 우리 조직의 전체적인 사업 특성이나 영역과 꼭 들어맞지는 않고, 개인적인 고민들을 풀기 위해 가는 것 같다. 일하다가 대학원에 진학하는 것은 배움에 대한 욕구가 엄청나거나 학위 취득에 따른 보상, 앞으로 나아갈 방향에 대해 고민하다 보면 결정이 어려워진다.

🍻 카롱 :  사회적경제조직을 거치면서 전문성, 경력이 쌓이는 느낌이 들지 않아서 대학원이라도 다녀 놔야 나중에 도움이 될 거라고 생각할 때가 있다. 하지만 어느 전공 하나를 정해서 대학원을 가는 것도 쉽지 않고, 기회비용을 따져보아도 지금 월급으로 대학원을 진학하기도 쉽지 않다. 게다가 야근도 많으니 시간도 투자하기 어렵다.

🧞 지니 :  사실 나는 대학이라는 곳이 구조적으로 굉장히 폭력적이라고 생각하는데, 대학원을 가서 다시 그 구조에 편입된다는 것 자체가 싫다. 구조에서의 부당함을 학부 때 너무 많이 느껴왔기 때문에, 이 사회에 모든 적폐가 대학에서부터 시작된다고 생각할 정도다. 게다가 지금 하고 있고 하고 싶은 일을 잘 하기 위해서 대학원에서 배우는 역량이 필요한지 잘 모르겠다. 어떤 전공을 선택해야 할지도 잘 모르겠고, 거기서 배우는 것이 내 업무와 어떤 연관성을 가질 수 있을지 잘 모르겠다. 대학원이 주는 이점이 있다면 다양한 사람들을 많이 만날 수 있다는 것인데, 지금 생협에서 일하면서 너무 자연스럽게 많은 사람들을 만나고 있다. 왜요레터 같은 공간도 만들어 가면서 사람들을 만나고 있기 때문에, 대학원의 필요성을 못 느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진학을 고민했던 이유는 우리 영역에서 대학원을 가라는 이야기를 너무 많이 하기 때문이다. 지금의 나는 시야가 좁기 때문에 시야를 확장하러 대학원에 가라, 사회적으로 인정받아야 운동도 하는 거다 이런 이야기들을 들으면서 혼란스럽긴 했지만, 개인적인 확신이 들지 않아서 고민하지 않고 있다.

Q3. 일을 하면서 내 전문성을 의심하게 되었던 순간이 있는가?

🫓 감자빵 :  아무래도 인턴 이후에 정규직으로는 계속 한 조직만 다니다 보니 지금 나의 역량이 이 조직에서만 유효한 방식은 아닐까 하는 특수한 의문이 들었다. 다른 조직에서도 쓸모 있는 능력일까 하는 의문을 계속 가지고 있다. 최근에는 예전에 열심히 했던 것이 다른 업무를 진행하는 데에도 굉장히 도움이 되고 오히려 다양하게 해본 것이 또 다른 사업에 적용하는 데 큰 도움이 되었던 것 같다. 경험이 쌓이다 보니 나의 의견을 내는 데에도 도움이 많이 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렵다고 생각하는 것은, 프로젝트에 대한 이야기를 들을 때에는 다 이해가 되는데, 내가 그것을 설명하거나 설득해야 하는 상황에서는 쉽지 않다는 것이다. 이제 팀을 육성해야 하는 입장이 되어서 설명과 설득을 요구받을 때가 있는데, 명확하고 논리적으로 설득의 언어로 이야기하는 것도 연습이 필요하다는 것을 알았다. 다양한 정보, 트렌드, 지식을 공유하기 위해 네트워크를 더 확장하고 연결하는 것도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네트워크를 형성하고 관계를 확장해 나가는 기회가 실무자에게는 충분하지 않다고 느낀다.

☃️ 윈터 :  지금 조직에서 융자사업을 하고 있는데, 사회적경제 기업들을 대상으로 돈을 빌려주고 돈을 상환 받아야 한다. 하지만 내 전공은 그 분야가 아니다 보니 스스로 느껴지는 한계점들이 있다. 계속 공부가 필요하지만 조직에서 관리해 주지는 않아 스스로 공부해야 한다. 사실 최근 드는 고민은, 우리 조직이 하는 일들이 그렇게 전문성을 요하는 일인 것 같지는 않다. 지금의 업무를 더 잘하려면 공부도 더 하고, 네트워크도 확장해 나가면서 보고 듣고 해야 하는데, 조직의 지원이 부족하고 내적 동기도 떨어진다. 같이 일하는 동료들도 각자의 고민이 있는 것 같은데 어떤 합의나 공론도 잘 일어나지 않는 분위기라 전문성에 대해서도 다 같이 고민을 할 수 있을까에 대해서는 회의감이 든다. 차라리 중간지원조직을 벗어나서 현장으로 가면 더 전문성이 쌓일 수도 있다고 생각하기도 한다.

🧞 지니 :  내 전문성을 의심하는 것은 스스로가 아니라 조직이라고 생각한다. 조직이 전문성의 기준을 학위로만 보고 있는 것 같다. 내부에서 중요한 정책을 만들거나 중장기 계획을 세울 때 그 분야에서 유명한 교수들을 불러온다. 그 사람들은 현장과 동떨어진 이야기를 하기도 하고, 너무 오랜 시간 동안 같은 말을 반복해서 하기도 한다. 왜 우리의 방향이 현장에서 나오지 않는가에 대한 회의적인 시각들이 많고, 그러다 보니 나 같은 실무자에게 발언권이 생기지 않는 이유가 학위 때문인가 하는 생각이 들 때가 있다. 협동조합에서 일하게 되었던 이유 중에 하나가 지역을 살아가는 스스로가 가지는 문제의식과 필요를 잘 조직화해서 우리 조직을 운영한다는 것 때문인데, 자치적인 목소리보다 외부 전문가에만 의존하는 것들을 보면서 우리가 우리 목소리를 낼 창구가 점점 좁아진다고 생각한다.

🍻 카롱 :  대학교수나 외부 전문가들에게 전문성을 기댄다는 느낌을 많이 받는다. 중간지원조직에 있을 때에도 사업을 심사할 때 전문가로 불리는 대학교수들이 와서 우리 사업의 방향성을 허락받는 느낌이 있었다. 실무자들은 그들이 정한 대로 일을 수행하는 역할을 한다고 느낄 때가 많았다. 외부 전문가들은 생각보다 우리 분야에 대해서 이해를 잘 못하고 있다. 오히려 실무자가 하면 더 확 튀어 오르게 잘 할 것 같다는 생각을 할 때가 많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