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한 사람들 : 🤫 슈슈 😜 별별 😬 카롱 🥸 산적 🤯 지니 🥺 달달

11월의 왜요레터 🪗 : 왜 우리는 무늬만 공익성이 있는 건데요!

<aside> 💡 '지원의 방식'을 다양한 각도로 생각해 볼 수 있었어요. 담화를 하면서 뭔가를 지원한다고 해서 지원을 받는 사람이 필연적으로 성장한다는 가설이 틀렸다는 것을 알게 됐어요. 무엇을, 어떻게, 어떤 방식으로 만들어 나가야 하는지 계속해서 고민하는 것이 필요해요. 사회적경제와 비영리의 방식에는 명확한 답이 있지 않으니까요. 사회적경제는 10여년 동안 꾸준히 성장해 왔지만, 어쩌면 그 성장속에서 놓치고 있는 것이 있었던 것이 아닐까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지금의 우리는 해답을 정해놓고 무작정 달려온 건 아닐까요? 이후의 10년에서는, 더 나은 성장을 위한 고민과 어떤 실천을 할지 명확히 해야 사회적경제의 건강한 성장을 가져올 수 있을 것 같습니다. -😬 카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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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어가는 질문] 어떤 사업들을 담당해 봤는지. 가장 길게 운영됐던 사업과 가장 짧게 운영됐던 사업의 기간은? 연속적으로 맡게 되는 사업의 연결고리가 있는 편인지.

🤫 슈슈 : 저소득 개인 창업을 위한 마이크로크레딧, 사회적경제 조직 성장 지원 사업 이렇게 크게 두 가지 축으로 일을 했었다. 마이크로크레딧 같은 경우에는 사업이 10년 정도 길게 지속되었다. 사회공헌 프로그램의 경우에는 길게 가기가 쉽지 않다 보니 가장 짧은 사업은 1년 미만이었다. 마이크로크레딧처럼 장기간 연속되는 사업은 처음이었다. 기금이 상환금으로 모여서 신규 기부가 줄어도 지속될 수 있는 구조였기 때문에 가능하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다른 사업의 경우에는 기업이나 공공의 자금으로 진행되다 보니까 사업 기간이 최대 일 년이었다. 유지되려면 매년 심사를 받아야 해서 불안한 상황에서 일을 했던 것 같다. 가장 짧게 운영했던 사업은 크라우드 펀딩이었는데, 기업이나 기관 같은 경우는 트렌드에 따라서 계속 사업의 내용을 바꾸고 싶어 한다. 비슷한 사업이 많아지니 까 해외지출 지원으로 갑자기 바꾸길 원했다. 크라우드 펀딩에서 갑자기 해외 진출로 넘어가니까 연결고리가 거의 없다시피 했다. 사실 우리의 목적이 무엇인지가 분명하면 기금처가 바뀌더라도 계속 갈 수 있는데 그렇지는 않았다.

😜 별별 : 중간지원조직에서 일을 했다. 그때는 주민들을 조직화 해서 협동조합을 만드는 사업을 했다. 3년 동안 시 지원을 받아서 했는데, 그 3년마저도 계속 지원이 유지될지 미지수라 장기적인 계획을 세우기가 어렵고 항상 단기로 무언가를 해야 하는 상황이었다. 또, 사회적기업가를 육성하는 사업도 진행했는데, 이거는 연속성을 가져가는 오래된 사업이기는 하지만 담당자들은 계속해서 변경되고 그랬던 것 같다.

😬 카롱 : 중간지원 조직이랑 사회적기업에서 일을 했다. 중간지원 조직에서는 7개월가량 일을 했는데, 그때 사업을 3~4개 정도 거쳤던 것 같다. 7개월 동안 너무 많은 것을 소화하는 느낌이 들었다. 진행하는 사업들이 다 8개월, 이렇게 단기로 빨리 끝내야 해서 엄청 급하게 헐레벌떡 진행했던 기억들이 있다. 사업의 연속성이나 연계성이 전혀 없는 일이라 할 때마다 새롭고 도와줄 누군가가 필요한 기분을 느꼈다.

🤯 지니  : 생협에서 오랫동안 활동해왔고, 현재도 일을 하고 있다. 생협은 오히려 연속성이 없어서 힘들기 보다 새로운 무언가를 해내기가 힘든 경향이 있다. 오히려 너무 하는 사업들만 반복되는 것들이 고민이 된다. 그렇다고 해서 반복되는 사업이 새로운 결과를 도출하는가에 대해 고민해 봤을 땐 그것도 잘 모르겠다.

Q1. 비영리 및 사회적경제조직에 속해서 자체 기금 또는 지원금으로 만들어진 사업을 진행하고 있는데, 담당하는 사업의 공익성과 수익성이 어느 정도 비율을 차지한다고 생각하는지. 그렇게 생각하는 이유는 무엇인지.

😜 별별 : 대부분 공공기관에서 위탁받아서 진행하는 사업들을 하다 보니까, 수익성이 크게 요구됐던 적은 없었다. 위탁 사업에서의 수익성이란, 인력을 고용한다거나 유지하는 것을 의미한다. 공공기관 예산을 받아서 하는 일은 당연히 공익성이 우선되지만, 조직의 생존을 위해서 이 사업을 필수적으로 해야 하는 상황도 존재해서 수익성도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공익성이 60이라고 한다면 수익성이 40 정도가 되는 것 같다.

😬 카롱 : 사회적기업이나 중간지원 조직에 있을 때 겉으로 보면 정말 의미도 있고, 주변에서도 정말 좋은 일 한다고 이야기한다. 그렇지만 정작 사업을 운영하는 입장에선 회사 수익을 벌고 있다는 생각이 지배적이다. 물건을 팔기 위한 방식도 충분히 친환경적이거나, 공익성을 담아서 설계할 수 있는데 그런 고민을 잘 하지 않는다. 원재료의 의미 하나만으로 계속 끌고 간다. 굉장히 1차원적인 공익성이다. 그래서 껍데기만 공익적이라는 생각을 할 때도 많았다. 중간지원 조직에서도 비슷한 경험을 했는데, 트렌드에 맞게 사업을 계속 바꾸는데 깊이 있는 고민이 이루어지기 보다 표면적으로 취약계층을 몇 명 지원했는지 정도만 결과로 정리한다. 그래서 복합적으로 어떤 성과들이 나타났는가, 이 사업이 왜 필요한가라고 묻는다면 명확한 대답을 할 수 없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공익성은 한 30 정도 되는 것 같다.

🤫 슈슈 : 비영리단체에서 일을 하다 보니까 당연히 공익적인 성격의 사업을 한다. 다만 일하는 입장에서 내가 하는 일이 사회에 도움이 된다는 것을 느끼면서 일하기가 어려운 구조인 것 같다. 왜냐면 우리가 먼저 어떤 공익적 사업을 제안하기 보다 기금처나 공공기관에서 어떤 사업을 정하고 탑다운 방식으로 내리기 때문이다. 이런 식으로 몇 년 일을 한다고 해도 이 사업 단위를 다 위에서 논의하고 내리는 방식이기 때문에, 현장의 이야기가 반영되어 발전되기보다도 예산만 어느 정도 바꾸어 하면 된다는 식으로 흘러간다. 그러다 보니 일에 개입할 수 있는 여지도 없고, 효능감을 느끼거나 보람을 느끼기보다는 사업 기간 안에 정해진 과업을 해내야 한다고 생각하고 임하게 된다.

사업을 추진하는 단체의 성격에 따라 다르겠지만 재단같이 자체 기금을 갖고 있는 경우가 아니라면 외부 사업 의존도가 매우 높다고 볼 수 있다. 위탁사업의 경우 수익은 주로 인건비로 사용되었는데, 그마저도 전체 사업비의 10프로 미만으로 해야 해서, 인건비가 오히려 마이너스가 되는 경우도 있었다. 사업 부서의 관리자나 지원 부서의 인건비를 사업 부서 담당 실무자의 인건비로 유지해야 하기 때문에 한 사람마다 담당하는 사업의 양이 정말 많았다. 새로운 일이 주어질 때 우리 팀이 혹은 내가 왜 이 일을 해야 하는지에 대해 논의하기보다는 너의 인건비의 3배를 벌어와야 한다는 식으로 말하며 그러니 회사가 유지되려면 더 일을 해야 한다는 식이었다. 이런 상황에서 내가 하는 일의 보람을 느낄 겨를도 없이 주어진 일을 해야만 했다. 그래서 일에 대한 가치나 공익성을 실무자로써 고민하고 느끼기 힘들었던 거 같다.

🤯 지니  : 공익성이라는 것을 활동의 영역으로 보고, 수익성을 사업의 영역으로 본다면 돈을 버는 게 활동을 하기 위한 전제조건이라고 보는 경향이 큰 것 같다. 생협이라는 조직이 폭발적으로 사업의 이익이 증가하지는 않기 때문에 계속해서 그 한계를 넘어서기 위해 활동의 영역을 줄이고 사업의 영역을 늘리려고 한다. 조합원들의 의사결정 과정에서 양측의 균형을 맞춰가려는 노력이 계속되고 있지만, 점차 시장 경쟁에서 이기는 것(수익성을 확대하는 것)이 활동의 전제조건이라고 생각되는 상황이 심화되면 균형이 무너질 것이라고 생각한다.

🥺 달달 : 일을 할 때 수익성과 공익성이 잘 조화되고 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협동조합 자체가 규모가 크지 않아서 우리가 하고 있는 교육 사업 외에 공익성을 띤 활동을 하지는 못하고 있다. 그 부분이 아쉽기는 하지만 현실적으로 우리가 지금 하는 일에 집중하고, 인건비를 보장하고 할 수 있는 정도로 잘 유지하는 것이 필요한 것 같다.

Q2. 내가 속한 조직의 전체적인 사업 비율에서 공익성과 수익성이 적절하게 분배되고 있다고 생각하는지. 적절하거나 부적절하다고 생각하는 이유는 무엇인지. 이와 관련하여 일을 하면서 아쉬운 점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는지.

🤯 지니  : 지금은 균형을 유지할 수 있을지 몰라도 계속해서 시장 경쟁력을 확보하는 방향으로 조직의 비전을 찾게 되면 무너지는 것은 한순간이라고 생각한다. 사회적경제, 협동조합이 왜 시작했고 어떤 세상을 만들고 싶고 하는 내용보다 지금 시장에서 살아남는 것이 더 중요해졌기 때문에 앞으로는 ‘그래서 왜 필요한지’를 설명하기가 더 힘들 것이라고 생각한다. 일하는 사람들 사이에서도 돈 쓰는 일만 하는 활동들을 줄여야 한다는 이야기가 계속 나오고 있다. 그렇다고 해서 활동 영역이 성과나 필요하다는 것을 증명할 만한 내용을 생산하지 못하기 때문에 더 어려운 것 같다. 특히 협동조합 조직에서 사업성을 위해서 활동의 영역을 줄여야 한다는 이야기가 나오는 것은 정체성에 대한 위기라고 생각하는데, 그런 이야기가 너무 당연해진지 오래다. 리더들은 그런 이야기가 잘못이라고 생각하기보다도 ‘혁신’이라는 이유로 당연하다는 듯 이야기하기도 한다. 우리 사업의 내용은 영리 기업에서 더 발 빠르게 잘 대처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우리가 가지는 활동 측면의 가치는 경쟁력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이런 부분이 잘 짚어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 카롱 : 대외협력 업무를 하면, 버는 돈은 하나도 없으면서 다 쓴다고 이야기를 들을 때가 많았다. 우리 생태계 안에서 대외 협력 업무를 하지 않게 되면 서로의 활동을 경쟁적으로만 바라보게 될 수도 있을 것 같다. 그런데 이렇게 결과적으로 나오는 것들이 수치적으로 표현이 안 되어서 그런지 적극적으로 투자해야 한다는 논의 자체가 안 되는 것 같다. 내가 일했던 조직은 조직의 설립 목적이나 정체성을 보여주는 사업 자체가 없었다. 단지 인건비를 받을 수 있고 우리 조직이 유지가 될 수 있다면 다 하는 느낌이었다. 중간지원 조직에서 일할 때, 우리 조직이 굉장히 역사가 깊고 잘하던 조직이라는 인식이 있었는데  누군가 뭐 하냐고 물어보면 대답할 말이 딱히 없었다. 자체사업이 없었고, 공공에서 10년 동안 같은 일을 시켜서 그나마 지속적으로 하는 사업만 있어 좀 부끄러운 감정을 느꼈다. 수익성만이 목표로 남은 것 같다고 느꼈다.

🤫 슈슈 : 중간지원조직에서 사업의 결과를 관리하는 일이 없었다. 지원을 받기 전과 후가 어떻게 달라졌는지 사회적으로 어떤 변화가 있었는지 측정하고 정리하는데 이런 데이터가 없다 보니까 왜 이 사업이 중요하고 계속되어야 하는지에 대해서 내외부적으로 설득할 수가 없었다. 그러다 보니 우리 조직의 전문성이나 경쟁력도 이야기할 수 없게 되어서 다른 기관과 경쟁했을 때 계속해서 밀리는 상황이 발생하더라. 언제든 뺏길 수 있고, 외부에서 인정받지 못하니까 슬프다고 생각했다. 그다음에 일하던 곳은 ‘사회적경제’만 붙으면 모든 사업을 다 했다. 백화점식으로 운영을 한 것인데, 그러다 보니 외부 의존도가 너무 높아지고, 기금처와 조율하는 입장이 아니라 주면 그대로 받는 입장이 되었다. 우리 생태계에 대한 고민보다도 새로운 사업을 따내는 것이 더 중요한 것 같았다. 이런 상황이 지속되니까 일에 대한 만족도도 떨어졌다. 지원 사업은 기본적으로 계약기간이 짧고, 정권에 따라 달라지기 때문에 위험이 크지만 지금까지 자체 사업을 위한 노력이 많이 부족했던 것 같다. 당장 인건비 보장에 급급하다 보니, 우리 조직이 하고자 했던 공익적 목적의 사업에 집중할 수 있는 분위기가 아예 안 되고 내년에 사업을 따도록 하는 일이 가장 중요하게 되었다.

😬 카롱 : 지원금을 받는 일에만 매달리다 보니까, 갑질당하는 일도 많았다. 사업비를 주는 단체에서 어느 날 연락이 와서 우리 사업과 상관없는 업무를 부탁하기도 했다. 적당히 에둘러 거절하긴 했는데 다른 무관한 업무를 다시 요청할 때 거부하지 못하고 울며 겨자 먹기로 한 적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