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한 사람들 : 😛 카롱 🤨 지니 🤭 슈슈 🥰튼튼 🤩 별별

<aside> 💡 레터에 참여하는 사람들은 모두 사회적경제 영역에서 일을 하고 있다. 우리는 이 영역에서 일을 하는 노동자라는 이유로 무언가를 감수해야 하고, 봉사해야 한다는 강요를 받을 때가 많다. 사회적경제가 가치를 지향하는 조직이라면, 노동존중 또한 있어야 한다. 노동자를 존중하지 못하는 조직이라면 그거 자체만으로도 잘못인 거다. 우리가 사회의 대안이라고 이야기하려면, 그 일을 하는 사람들도 행복해야 한다. 정신 차려야 한다. 이번 레터에서는, 그동안 당연하게 희생을 요구받아 왔던 사람들이, 우리의 노동에 대해서 이야기해봤다. 시간 가는줄 모르고 진행된 담화로 인해 그래도 조금은, 더 해보자는 마음을 다질 수 있었다. - 🤨 지니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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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1. 노동이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

😛 카롱 : 노동하면 투쟁 이미지가 떠오르고, 보편적인 표현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근로자의 날을 노동절이라고 표현하면 유난이라는 시선을 보낼 때도 있다. 노동이라는 단어는 아직 낯선 단어 같다. 사회적경제 내에서도 노동이라는 표현을 잘 쓰진 않는 것 같다.

🤭 슈슈 : 스스로 노동자라고 표현하지 않는 것 같다. 최근에 독서 모임을 하면서 몬드라곤 사례를 보면 노동이 굉장히 중요한 것 같다. 자기 삶을 책임지고 구성하는 활동이 노동이라고 생각한다.

🥰 튼튼 : 노동이라고 하면 블루칼라 종사자들이 떠오른다. 부모님이 육체노동을 하셔서, 부모님의 직업을 이야기할 때 노동을 하신다고 표현했었다. 내가 하는 일을 노동이라고 생각해 보진 않았던 것 같다. 비영리 영역에서 일하면서 내 권리를 많이 찾기보다도 헌신과 책임감을 가지고 내가 목표한 일들을 달성하는 것이 중요했던 것 같다. 몸 사리고 딱해야 하는 일만 하는 사람에 대해서 좋아하지 않았는데, 노동에 대한 개념이 잘 잡히지 않아서라고 생각한다.

🤩 별별 : 노동은 굉장히 숭고하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노동자라는 단어는 좀 낯설다. 스스로 노동자라고 인식하는가 질문해 봤을 때 모르겠다. 현재 창업 지원 업무를 하고 있는데, 창업팀을 선발할 때 노조를 결성했던 경험이 있었던 대표자가 지원을 하는 경우가 있었다. 그 때같이 일하는 사람이 우리 기관은 노조를 싫어한다고 이야기했다. 그게 당황스러웠던 기억이 나고, 사회적경제가 오히려 그런 쪽에서 보수적이라고 생각했다.

🤨 지니 : 평생 살아오면서 고된 육체노동을 하지 않기 위해 좋은 직장을 가야 한다는 이야기를 들어왔다. 그래서 육체노동을 하는 사람들을 안타깝다는 시선으로 바라보는 것이 어렸을 때 당연했던 것 같다. 최근 가족 중에 몸이 아파 노동을 할 수 없는 상황이 된 사람이 있는데, 노동할 수 없는 몸을 쓸모없다고 여기는 사회의 시선이 과연 옳은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노동이라고 하는 것이 사회에서 다른 누군가와 함께 살아가기 위해 하는 모든 행위이면 어떨까 하는 고민을 했던 것 같다.

Q2. 사회적경제 영역에서의 노동환경은 어떤가요?

🤩 별별 : 비정규직으로만 계속 일을 해왔다. 사회적경제 안에 특징적으로 비정규직이 많은 것 같다고 느꼈다. 두 기관에서 일을 했는데, 첫 조직에서는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정규직 노동자들에 비해서 상여금을 받지 않는다던가 하는 차별 대우가 있었다. 임금 관련해서 문제 제기를 한 적이 있었는데, 임금 테이블을 잘 모르고 접근했다가 오히려 이상한 취급을 받았다. 이전 조직은 전날 초과 근무를 하면 그다음 날 조금 늦게 나온다거나 하는 방향으로 유연근무 제도를 운영했다. 자유로운 분위기는 형성되어 있어서 일과 생활의 균형을 잘 맞추면서 노동을 할 수 있었던 것 같다. 지금 다니는 조직에서는 초과 근무에 따른 수당 지급이 올해부터 시작이 되었다고 하더라. 그전에는 대체 휴가를 주었는데, 아무도 사용하지 않았다고 했다. 내가 입사하고 대체휴가를 사용했는데, 어떻게 쓰는지 아무도 모르고 근태 관리 업무를 하는 분도 처음 해봐서 잘 모르겠다고 하더라. 제도가 있어도 유명무실한 경우가 많은 것 같다.

🤭 슈슈 : 처음에 비정규직으로 시작을 했는데, 시간외 수당이 없더라. 1년에 6개월 정도는 야근을 했던 것 같다. 우리가 하는 일이 부가가치가 높은 일이 아니다 보니 인건비를 줄이는 게  당연하게 여겨지는 분위기였다. 그래서 한 사람에게 주어지는 업무의 양이 많아 노동 강도도 세고 노동 환경도 별로 좋지 않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급여나 처우 개선에 대해 이야기를 꺼내면 우리는 ‘활동가’이기 때문에 감내해야 하고 요즘 친구들은 바라는 게 많다는 말을 들었다. 그래서 그렇게 힘들게 일하는 걸 당연하게 생각하며 일해왔던 것 같다. 이미 체념하고 일을 하는 사람들이 많았고, 단체로 가스라이팅 당했던 것 같다.

😛 카롱 : 사회적경제 조직을 세 군데 정도 거쳤다. 추가 수당을 준 곳은 한 군데였는데, 더 일을 한다고 하더라도 업무가 과중하다 보니까 추가로 나오는 시간을 휴가로 활용할 수 없는 경우가 많았다. 복지제도도 특별한 게 없었다. 초기에 일했던 조직에서는 복지도 없고 명절 상여도 없었다. 다만 지금 조직은 추가로 일을 하면서 조금 더 쉴 수 있고 탄력적으로 일할 수 있는 환경이 있긴 하지만, 제도적으로 안착되었기보다도 지금 사람들이 사라지면 없어질 수도 있겠다고 생각했다. 체계적인 복지가 잘 구축되어 있지 않은 것 같다.

🤨 지니 : 사회적경제 영역 안에서는 생협에서만 일을 해봤다. 생협에서 노동자들은 그냥 비용이라고 느낀다. 그러면서도 조직이 어려울 때는 힘을 모아야 하는 주체로 표현되기도 한다. 어쩔 때는 비용, 어쩔 때는 중요한 운동가 이렇게 표현되는 것들을 보면서 우리의 노동 환경에 모순이 많다는 생각을 한다.

🥰 튼튼 : 사회적경제에서 일할 때는 늘 저임금이었다. 경제적인 목적 외에도 다른 목적을 가지고 운영하는 조직이라고는 하지만, 상대적으로 너무 저임금인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사회적경제 쪽에서는 관련 경력이 많고 전문성이 쌓인 인재들이 많은데, 너무 저임금이라는 생각이 들어서 이제는 급여에 대해서 인식이 바뀌어야 하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한다. 한편으로는 임금은 낮은데 업무 강도가 굉장히 높았던 것 같다. 또 초과 근무 수당을 받아본 기억이 없다. 딱 한 번 정부 수탁 기관에서 일을 할 때, 그 해 결산을 할 때 소진 못한 돈이 있었다. 기대도 안 했는데, 정부 운영 기관이다 보니 돈을 다 털지 않으면 안 되어서, 연장 근로 내역에 대해서 수당이 들어왔다. 너무 기쁘고 놀랐다. 그런데 생각해 보면 연장근무수당은 당연한 권리인 것이다. 그래도 그나마 나은 것은 영리 법인보다는 휴가 사용이 비교적 자유롭다는 것이다. 복지나 복리후생 부분에서는 그나마 상대적으로 괜찮은 것 같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그마저도 결정권자랑 친한 사람들은 편하지만, 아니면 조금 눈치는 보이는 분위기라는 것을 깨달았다. 오히려 느슨한 시스템인데 누군가 결정해 줄 수 있는 것처럼 사용한다는 것이 문제라고 생각했다. 이 영역에서 일을 하면서 명절 선물도 제대로 못 받아보고, 성과급은 상상도 못했다. 한 번 사업이익이 많아서 성과급을 받은 적이 있었는데, 그때 직원들이 고맙다는 말 안 하냐고 물어봤다는 것을 알고 짜증이 나기도 했다. 사회적경제에서 느낀 것은 항상 구색은 맞추려고 한다는 거다. 영리 기업이랑 비교하면 굉장히 박한데, 생색을 내려고 한다. 굉장히 하향 평준화되어 있다고 생각한다.

🤭 슈슈 : 친언니가 영리 회사를 다녀서 집에서 항상 빈부격차를 느꼈다. 그럴 때마다 스스로 초라해지기도 했는데, 내가 정한 길이라 그런 생각은 하지 않기로 다짐을 하더라도 속상할 때가 많았다. 언니는 복지제도도 좋고, 급여나 상여도 확실하게 보장받는데 노동 강도는 높지 않아 일과 생활의 균형이 잘 맞았다. 사회적경제 영역은 정말 최소한의 것만 지키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만약 경제적 보상이 어렵다면 휴가나 교육제도, 조직문화 등 존중받고 성장하며 일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

😛 카롱 : 사회적경제 영역은 활동가 마인드라는 것을 너무 많이 주입받아서 그런지 제도나 법에 미달되는 데도 당당하게 요구하지 못하는 경험도 많았다. 요구하면서도 죄책감에 시달리고, 내가 우리 조직 경영의 흐름에 나쁜 영향을 끼치는 것이 아닌지 이런 느낌을 받을 때가 많다.

Q3. 지금의 노동환경에서 가장 많이 스트레스 받는 것은 무엇인가요?

😛 카롱 : 부모님이 걱정을 많이 한다. 즐거운 일을 하는 것은 좋지만, 미래에 대해서 생각해 보라는 말을 많이 듣는다. 동생과 월급이 1.5배 이상 차이가 나는 것도 한몫하는 것 같다. 사회적경제 영역에서 일하면서 연차가 늘어나니까 급여가 적다는 부분이 굉장한 스트레스로 다가온다. 연차는 늘어나서 전문성과 책임성은 늘어나는데, 급여는 그거에 맞게 상승하지 못한다고 생각한다. 급여에 대한 압박이 굉장히 많다.

🤭 슈슈 : 이전에 시민단체에서 일할 때, 급여 규정이 최저임금 기준에 미달되었었다. 그런데 그 이유가 돈이 없어서가 아니라 우리나라에서 거의 최초로 시작되었던 시민단체 중 하나였는데, 시작 자체가 활동가, 운동가들이 급여를 받지 않고 헌신한다는 느낌으로 했다고 하더라. 그래서 젊은 사람들이 여기를 직장으로 생각하고 다니면 운동가로서의 자격이 상실될까 봐 일부러 많이 안 준다고 했다. 재작년쯤 한 시민단체 예산이 방만하게 운영된다는 문제 제기가 있었는데, 그 기관 급여를 기준으로 사용해서 원래 비영리 기관은 이만큼 받는데, 문제 제기 받은 기관은 상대적으로 높은 임금을 받고 있다고 언론이 보도를 하더라. 적게 받는 게 정상이 아닌 건데 충격이었다.

😛 카롱 : 예전에 시민단체 활동을 할 때, 사무실 청소 같은 것들을 직원들이 직접 하길래, 후원금을 굉장히 열심히 쓴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막상 활동을 하면서 노동자가 되니까, 이 일을 하면서 조직 청소까지 다 해야 해서 참 어려운 조직이라고 생각했다.